서론
빙하기에 운이 좋게도 네이버 웹툰이라는 좋은 기업에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웹툰에는 총 세 번 지원했고, 세 번 모두 최종 면접까지 진행했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현재 회사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규모 기업에서 마주하는 고민들, 현재 직장에서 겪고 있던 어려움들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입사를 일주일 앞둔 지금, 네이버 웹툰이나 iOS 개발자로의 취업 및 이직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 경험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또한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담을 작성한 적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함께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 https://jeong9216.tistory.com/587
첫 번째 도전 (신입 - 2022년 하반기 지원)
첫 번째 지원은 2022년 하반기였습니다.
당시 면접 후기도 작성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순수했던 시절이었네요.
- https://jeong9216.tistory.com/645
그때는 아무런 실무 경험이 없던, 심지어 학교 졸업도 하기 전인 쌩신입으로 지원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당시에는 많은 것들이 부족했습니다.
"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부족했고, 기술적인 선택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없었으며, 기술 기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이해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열심히 암기한 iOS와 Swift 지식으로는 실무 인터뷰를 통과할 수 있었지만,
이런 본질적인 고민들의 부족함이 최종 면접에서 드러났습니다.
블랙아웃이 올 정도로 완전히 얼어붙어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실패를 기반으로 기술적인 근거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연습을 꾸준히 했습니다.
그 결과 네이버 파이낸셜 iOS 인턴에 합격할 수 있었고, (https://jeong9216.tistory.com/653)
첫 번째 실패에서 배운 교훈들은 지금까지도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TMI지만, 첫 번째 도전과 세 번째 도전에서 만났던 테크리드 분이 동일한 분이셨습니다. 시작과 끝을 함께하게 되어 참 감사한 마음이네요.)
아래는 "첫 번째 도전에서 부족했던 점과 어떻게 개선했는지를 설명해 주세요"라는 질문을 대비해 미리 고민하며 작성해 본 답변입니다.
실제로는 이 질문을 받지 않았지만,
이렇게 회고하고 고민했던 과정 자체가 면접에서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도전에서는 기술적 결정과 경험적 결정을 분리하여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최종 면접 당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술적으로 결정한 경험을 말해주세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모바일에서는 그리드 아이템을 3열, 아이패드에서는 더 많은 아이템을 보여줬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기술적인 이유로 결정한 게 아니라 제 경험상 편했던 것, 그리고 많이 봤던 대로 결정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면접 이후에는 기술적 결정이란 무엇인가 고민했습니다. 조직에서 개발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개발자는 기술적인 근거로 의견을 내야 사용자 경험을 구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당시 저는 산업체와 토이 플젝에서 기획과 디자인도 함께 했기 때문에 이런 개발자만의 역할을 잘 인지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1년 좀 넘은 기간 동안 회사를 다닌 지금은 조직에서 기술적인 근거를 준비할 수 있는 건 개발자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획자의 요구사항에 구체적인 기술적 근거를 붙여 실현 가능한 요구사항으로 만드는 게 개발자의 역량이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두 번째 도전 (경력 - 2024년 9월 지원)
두 번째 지원은 경력직이었습니다.
당시 3년 차 공고였는데, 저는 1년이 채 되지 않은 10~11개월 차에 지원했습니다.
제대로 된 이력서를 준비해서 제출했던 첫 공고였네요.
지금 보면 여전히 허술한 부분들이 많이 보여서, 이력서도 코드처럼 꾸준한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특이했던 점은 일반적인 앱 개발이 아니라 iOS 공통 모듈 개발 포지션이었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웹툰에서 사용하는 공통 기능과 로직을 모듈화 해서 제공한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고,
이런 특성을 깊이 고민하며 지원했습니다.
두 번째 도전의 실무 인터뷰는 합격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면접관과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답변하지 못한 질문들도 몇 개 있었지만,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활한 소통이라고 생각해서 면접이 끝나자마자 바로 최종 면접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최종 면접까지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종 면접에서는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HR 리드님과 함께한 컬처핏 질문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30분간 진행된 면접에서 저는 "네이버 웹툰에 꿈이 있는 지원자"가 아니라 "현재 회사를 떠나고 싶어 하는 지원자"로 비쳤을 것 같습니다.
주된 답변이 현재 회사의 단점과 그로 인해 제가 겪는 어려움에 집중되어 있었고,
네이버 웹툰에서 꿈꾸는 목표는 상당히 허술했습니다. 당연히 결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도전 이후
면접이 끝나고 많이 반성했고, 현재 회사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려 노력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단점이라고 생각한 점에는 장점이 없을까? 내가 단점만 보려고 한 건 아닐까? 이런 고민을 깊이 해보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꽤 많은 장점들이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혼자서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담당한다는 점은 다른 iOS 개발자와 협력하는 경험을 쌓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동시에 주니어 때 하기 어려운 책임감 있는 선택을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평소에 잘하는 점이기도 했어요.
회의에서 의견을 많이 내고 클라이언트 개발자들과 조율을 가장 많이 하는 만큼,
제가 가장 많이 누리고 있던 점인데 단점만 보였다니...
정말 많이 반성했습니다.
세 번째 도전 공고가 한 달이라도 늦게 나왔다면 아마 이직 생각을 잠시 접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기술적인 고민점도 있었습니다. 아래 글은 테크리드님과의 질답 과정에서 부족함을 느낀 점이었어요. (https://jeong9216.tistory.com/733)
아래는 "두 번째 도전에서 부족했던 점과 어떻게 개선했는지를 설명해 주세요"라는 질문을 대비해 미리 고민하며 작성해 본 답변입니다.
이번에도 실제로 이 질문을 받지 않았지만, 이렇게 회고하고 고민했던 과정이 면접에서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도전에서는 네이버웹툰에 간절한 지원자보다는 현재 회사를 떠나고 싶어 하는 지원자로 느껴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겪은 경험에서 부정적인 점이 있다면 긍정적인 점도 있는 건데 저는 부정적인 점만 강조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다니는 회사에 애정이 없는 사람이 네이버웹툰에 와서 애정을 가질까?라는 점을 걱정하셨을 거 같습니다.
이후에는 제가 부정적으로 말한 경험에서 긍정적인 면을 기록했습니다. 생각만 하는 것보다 실제로 기록했을 때 더 마음에 와닿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조직에선 한 명이 서비스 하나를 온전히 담당합니다. 이력서에 작성한 플젝1, 플젝2, 플젝3의 iOS는 모두 저 혼자 책임지는 것입니다. 이 경험에 다른 iOS 개발자와 협업하고 싶다는 단점만 생각했다면 “주니어지만 책임감 있는 결정이 가능하다”, “근거와 열정이 있다면 도전적인 선택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프로젝트 전역에 적용되는 Lokalise, 테스트 코드 적용처럼 다른 회사였다면 시니어가 했을 결정을 직접 리드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도전 (경력 - 2025년 2월 지원)
드디어 마지막이네요.
세 번째 도전은 두 번째 도전에서 실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했습니다.
두 번째 도전 결과가 2024년 12월에 나왔으니 두 달 정도 뒤에 지원한 셈이네요.
지원 고민
이때 지원할까 말까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현재 회사에서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짧은 기간 내에 내가 많이 변했을까? 네이버 웹툰이 나에게 기대하는 아웃풋이 달라졌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뒤의 두 가지 걱정에는 네이버 웹툰에서 또다시 실패하면 다시 지원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어요.
세 번이나 떨어진다면 나와 네이버 웹툰은 결이 다르다고, 앞으로 지원해도 합격하지 못할 것 같아 무서웠습니다.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회사였는데 무서웠죠.
그런데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일단 지원해 봐라. 지원을 안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떨어지고 후회하는 게 미련이 덜 남는다." 이 말에 바로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대신 이력서도 네이버 웹툰에 맞춰 작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각 면접에서도 저를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공고에 UI 관련 내용이 많아서 스크린샷도 찍어 첨부하는 등 여러모로 시간을 많이 들였습니다.
면접관분들도 좋게 봐주셨는지 서류와 프리인터뷰는 통과했어요.
최악이었던 실무 인터뷰
다만, 실무 인터뷰는 최악으로 봤습니다.
첫 번째는 단순히 저의 기술적 경험 부족이었고, 두 번째는 컨디션 난조였는데...
열이 39도까지 올라서 말이 안 되는 컨디션에 면접 질문도 어려워 최악의 최악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당연히 탈락인줄 알았고, 체념했죠.
지원하기 전에 결심한 대로 네이버 웹툰은 잠시 잊고 한 달간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럼에도 배운 점이 많았다.
그래도 감사한 건 실무 인터뷰에서 너무 좋은 경험을 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회사에서는 하기 힘든 기술적 고민을 면접 질문으로 나눠주셨어요.
답변하기는 어려웠지만 면접 후에는 좋은 경험치로 쌓였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에 있는 수백 개의 UITableView를 UICollectionView로 변경하려고 하는데
다른 팀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어요.
이건 기술적인 질문임과 동시에 다른 팀원과의 협업, 설득 측면의 고민도 담아야 합니다.
현재 회사에서는 두 개 다 경험하기 힘든 거라 저는 한 번도 고민해보지 못한 영역이었고,
면접 후 다른 동료들과도 경험을 나누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함께 이야기해 보며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너무너무 못 보고 결과도 안 좋을 거라 예상했지만,
현재 회사에서 하기 힘든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쌓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최종 면접 준비
그리고 인터뷰하고 한 달 뒤 합격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는 이 합격이 하늘이 도와준 추가 합격이라고 생각했고, 최종 면접은 오히려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갑작스러운 합격 소식, 일주일도 안 남은 최종 면접 일정에 기술적으로 더 고민하기보다는 이력서를 중점으로 나를 더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최종 면접
최종 면접에는 CTO님과 테크리드님 두 분이 들어오셨는데 두 분 다 구면이었습니다.
CTO님은 세 번이나 뵈었고, 테크리드님도 두 번째... CTO님의 첫인사가 "자주 뵙습니다"였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면접관분들 덕에 저를 잘 표현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제가 답변을 두리뭉실하게 할 때마다 면접관분들이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했어요.
두 번째 도전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 "실제 경험을 말해주세요"였거든요.
이번 면접에서는 답변에 실제 경험을 녹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솔직하고 진실되게 답변하려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이 있었어요.
"두 번째 탈락에서 재지원까지 얼마 시간이 안 지나서 성장을 얼마나 하셨는지 궁금하다, 직접 어필을 해봐라."
2-3개월 동안 CTO 시선에서 성장이라고 할만한 무언가는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두 번째 도전에서 실패 후 고민했던 것을 솔직히 말했습니다.
솔직히 기술적으로는 크게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왜 네이버 웹툰에 오고 싶어 하는지를 깊게 고민했습니다.
이전 면접에서 탈락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때의 저는 네이버 웹툰을 목표하는 지원자보다는 지금 회사에서 떠나고 싶어 하는 지원자로 보였을 것입니다. 저 또한 이 점을 반성하며 현재 회사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고 노력했고, 네이버 웹툰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세 번이나 도전할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했습니다.
저는 네이버 웹툰의 콘텐츠와 기술 조화,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네이버 웹툰의 스토리테크가 너무 좋습니다. 이렇듯 현재는 지난 도전보다 이러한 마인드셋이 더 강화되었습니다.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던 만큼 위 글처럼 정리해서 말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천천히 진심을 담아 답변했고 그게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해요.
기술적인 점도 노력했고, 내가 나를 표현하는 방법, 내가 왜 네이버 웹툰에 가고 싶어 하는지를 고민한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무리
이전 회사에서는 좋은 동료와 함께하며 주니어 레벨에선 할 수 없을 책임감 있는 선택, 결정, 의견 조율을 경험했습니다.
네이버 웹툰에 입사해서는 아마 많이 다른 경험을 할 거 같고, 그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금 어렵고 힘들어도 빠르게 익숙해지고 잘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믿고 도와준 동료들에게도 감사합니다.
평소에 꾸준히 포텐셜이 느껴진다, 할 수 있다, 도전해보자 케어해주신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이전 회사에서 참으로 감사한 인연을 많이 만났네요 ㅎㅎ
네이버 웹툰 혹은 iOS 개발자 취업 및 이직을 희망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제 경험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감사합니다.